이쯤에서 떠오르는 언젠가의 기억

여자친구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말에요, 하하핫

상당수의 싱글 남자가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이다.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 또한 본인의 자유일 따름이다.

그렇지만 그 말을 꺼낼 때 그 말을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한 번 쯤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고려하지 않는 것 또한 본인의 자유이기는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므로.


서두가 길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난 왜 항상 이야기를 할 때 쓸모도 없는 서두를 길게 꺼내는 지 모를 일이다.

언젠가 나보다 나이가 꽤 많으신, 그리고 싱글인 남자 분과 이야기를 할 일이 있었다. [참고로 나는 여자다.] 그러다 점심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화제가 나왔다. 이곳은 미국. 허접한 음식도 사먹으려면 비싸. 그 당시의 나는 도시락을 싸갖고 다녔다.

"저는 도시락 싸서 다니는데요."
"부지런하네. 나는 그냥 사먹는데."

뭐 그럴 수도 있지. 당연하지만 도시락 싸는 것은 귀찮다. 아침 먹는 것도 귀찮은데 도시락을 어떻게 싸서 다닐까? [지금은 나도 도시락을 포기했다. 다시 시도해볼까 하긴 하지만..] 따라서 점심을 사먹는다는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될 리 없었다. 그러나 괜찮은 것은 거기까지였다.

"아, 그렇군요."
"왜냐하면.. 싸 줄 사람이 없어서.."


.....
어, 어쩌라구요?


그렇다. 이성인 사람 앞에서 '나는 여자친구를 갖고 싶어'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 그 말을 듣는 당사자는 '... 지금 그래서 나보고 니 여친이 되어주기라도 하란 말이냐'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눈 앞의 이성이 맘에 든다면 대시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자중할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자친구를 갖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것은 저 둘 중 어떤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

만일 눈 앞의 여성이 마음에 드는데 그 사람에게 "나는 여자친구를 갖고싶어요"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대시할 용기도 없으면서 간이나 보려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일 뿐이다.

말하는 사람은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 말을 들은 여성이 말한 사람을 좋아하는 상황이라면? 이 말은 그 말을 듣는 여성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할 것이다.

더욱이, 말한 남성이나 듣는 여성이나 서로에게 별 관심이 없는데 그 사람에게 "나는 여자친구가 갖고 싶어요" 라고 하는 것은 .... 그야말로 할 말이 없다. 나보고 어쩌라구? 이쁜 짓도 안하는 너에게 "그럼 제가 소개팅이라도.."라고 말을 꺼내야 한다는 것이냐? (Terrylv 님의 소개팅 주의사항 글 주의사항 4, 5번을 참조)


하물며 '여자친구가 없어서 도시락을 못 싸갖고 다닌다'라는 말을 들은 나의 심정은 오죽하리.

그 순간 나는 속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삼킬 수가 없었다.
"나이를 그렇게 드시고도 혼자서 자기 밥도 못 챙기시나요?"

이 말을 삼키지 못하고 끝내 뱉어버린 것은, 나의 사회 생활 능력 부족을 탓해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 심하긴 했다... 그렇지만 저런 뉘앙스의 말을 이성에게 하는 게 (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게) 얼마나 한심하게 보이느냐 하는 것을 말해 보고 싶었다.


덧. 이 경우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상황에서 느낀 감정이고, 적절하게 친한 사이의 이성 친구에게서 저런 말을 들으면 저 정도로 반감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쨌든, 이성한테 "여친 만들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대화가 못 된다. 아마도..

by 큐브 | 2008/12/21 07:15 | 혼잣말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castlekite.egloos.com/tb/401754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8/12/21 11: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큐브 at 2008/12/21 11:55
별 말은 없었어요... 속으로 뭐라고 생각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든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요.
Commented by LU_루 at 2008/12/21 13:56
오, 저도 뭐라 말하고싶었지만 다신 안봐야지 하면서 참았는데
정말 한심해보이는건 같은거같아요..
Commented by 큐브 at 2008/12/28 09:39
어차피 말해줘도 자기가 얼마나 한심한 지 못 깨달을 거 같아요.. =_=;;;
Commented at 2008/12/27 20: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큐브 at 2008/12/28 09:40
그렇군요. 방문 감사합니다. @_@
Commented by Semilla at 2009/01/13 14:59
도시락 싸는거 정말 귀찮지요..ㅠㅠ... 가끔 사먹긴 하는데 이거 정말 너무 부담됩니다...

저도 바로 '왜 스스로 싸지 못하냐'는 말을 했을 것 같은데... ....삼켜야 하는 말인 건가요;;;;
Commented by 큐브 at 2009/01/13 15:15
그렇다기보단 점심밥 먹는 이야기에서 도시락 사줄 사람-_-이 없다는 화제로 넘어간 게 너무 어이없었어요. 여친/배우자가 없으면 없는 거지, 누가 묻지도 않는데 궁한 티를 팍팍 내는것도 참 그렇고, 또 여친(배우자)=도시락 싸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저 사고방식도 참 보기 띠꺼워서 필요 이상으로 말을 좀 뾰족하게 한 거였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