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음악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라고 한다.
비단 춤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이 모이는 곳 (파티라든가..) 에서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음악을 틀어놓으려 한다. 하물며 음악이 전체 분위기와 감정을 좌우하는 춤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종류의 음악을 사용하고 싶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파트너 댄스의 수요층은, 대부분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종류의 음악은 무엇일까?
......
첫 수업 날, 뽕짝에 맞춰 스포츠 댄스를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했던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음악 때문에 충격을 적잖히 받았지만, 그리고 그 음악에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 많이 걸렸지만, 아주 약간이나마 들여다 보게 된 중년의 춤 세계(?)는 꽤나 흥미로웠다. 그 흥미로움을 일부 전하자면.
현재 사업소(?)로서의 춤 학원은 유흥시설과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초중고 학교 반경 ?백미터 내에는 열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학원이 합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업허가증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허가증이 없이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내가 다닌 학원은 사업허가증과 강사 자격증이 벽에 붙어 있었는데 사업허가증을 받은 사람과 강사 자격증에 있는 이름이 서로 다르고 원장은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운영을 위임 받은 형태인 것 같았다.
보통 한 학원에는 원장이 메인 강사를 맡게 되며, 수강생과 일대일 레슨을 한다. 한 세션은 30분. 등록 단위는 20세션. 특정 학원에 오는 사람들은 보통 원장의 실력을 보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수강생을 원장이 가르친다. 그리고 '바닥을 빌리는' 강사가 있는데, 장소를 빌려서 자기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 내가 다니던 학원에도 그렇게 바닥을 빌리는 강사가 한 명 있었다.
"원장님은 애인 없어요? 학원을 여러 군데 다녔는데 원장이 드러내놓은 애인이 없는 학원은 처음 보네. 혹시 숨겨 놨어요?" 강사가 보통 대놓고 애인이 있다는 말은 일단은 사실인 것 같다. 바닥을 빌리던 그 남자 강사도 부인(?)과 꼭 붙어 다녔으니까.
원장이 여자인 학원에는 남자 수강생이 많이 오고, 원장이 남자인 학원에는 여자 수강생이 많이 온다고 한다. 여자 원장은 본 적이 없으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본 한 명의 남자 원장과 여자 수강생들의 관계는 꽤나 볼 만한 것이었다. 이 학원의 여자 수강생은 보통 결혼해서 자식들은 거의 다 키웠고, 즐거운 취미 생활을 위해서 학원에 온다. 따라서 원장은 수강생이 만족할 정도로 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수강생의 기분을 좋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음에 또 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해 주니까. 그 다음은 내 추측이지만, 그 정도 나이의 수강생은 자신이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만족해 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원장은 적절한 선에서 추파라고도 볼 수 있는 멘트를 해 준다. 동시에 특정한 한 수강생과 특별히 가깝다는 인상을 주어서도 안 되므로, 모든 수강생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다들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어서 그런가, 이 모든 일들은 그냥 재미있는 유희인 듯 보였다.
와중에 약간 심상치 않은 느낌의 여자 수강생도 있었다. 주 1회 정도 오는데, 오는 날에는 오전부터 와서 하루 종일 학원에 상주한다. 간식거리를 사오더라도 근처 시장에서 간단히 사오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매우 손이 많이 가는 종류의 간식을 언제나 바리바리 싸온다. 학원 냉장고는 언제나 그 수강생이 가져온 간식거리로 그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보통은 오는 순서대로 레슨을 받고 자기 시간이 끝나면 돌아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일찍 와서도 레슨을 받지 않고 저녁이 될 때까지 다른 사람들과 별로 대화도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여자 수강생은 loyalty가 꽤 있는 편인데, 남자 수강생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남자 수강생을 쓸만하게 키워 놓으면, 여자를 한 명 꼬셔서 데리고 빠져 나가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 수강생은 웬만하면 잘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자 원장이 있는 학원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언제나 학원에 오면서 신경쓰이던 것이요, 부부로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게 아닌 댄스 파트너 관계에 있는 분들은 그냥 단순한 파트너쉽인가요?" "아니, 보통 그 이상의 관계가 있지. 100%!" "아, 그런가요, 그냥 언제나 좀 신경이 쓰였었어요... 혹시라도 제가 실수하면 안 되니까..."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여자 수강생이 학원에서 댄스복을 입고 수업을 받거나 연습을 한다. 내가 알기로 몸의 선과 다리를 많이 드러내는 것이 라틴 댄스복이고 드레스 모양의 것이 모던 댄스복이다. 그렇지만 수강생들은 자기가 어떤 춤을 배우는지와 상관 없이 그냥 자기 눈에 예쁘면 입는 것 같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너줄너줄한 옷을 입으면 동작을 잘 하고 있는지 옷에 가려져 파악하기 힘들어지니까 연습 때는 단순한 옷을 입는 게 낫지 않나 싶다. 그렇지만 춤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추는 것이고, 스스로를 아름답다, 섹시하다고 느끼면 더 자신있는 표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그 점을 감안한다면 댄스복을 입고 연습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딱 한번 중장년층의 무도장에 구경간 적이 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좀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는거야?'
안나님 덕분에 두번째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최근 덧글